"증기기관은 정말 훌륭한 엔진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과학도이므로 이 증기기관의 결점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1877년 남부 독일에 있는 뮌헨공과대학의 한 강의실에서는 세계적인 물리학자로 이름을 떨치고 있던 린데 교수가 증기기관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었다. 린데 교수는 1765년에 제임스 와트에 의해 처음 발명된 증기기관의 원리와, 그 후 여러 차례에 걸쳐 개량된 증기기관의 차이점들에 대해 설명하고, 아울러 이 위대한 발명이 사회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덧붙여 설명했다. 학생들은 모두 반짝이는 눈빛으로 린데 교수의 강의에 열중을 하고 있었다.
"…… 이제 여러분이 알기 쉽도록 다시 한번 설명하겠습니다. 만일 증기기관이 석탄을 태울 때 생기는 열량을 100퍼센트라고 하면, 그 가운데서 실제 이용될 수 있는 열량은 고작해야 7퍼센트에서 10퍼센트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거의 대부분이랄 수 있는 나머지 90퍼센트 이상의 열량은 쓰이지도 못하고 아깝게 소비되는 것이지요……."
이와 같은 린데 교수의 말에 학생들은 더욱 큰 호기심을 가지고 교수의 설명이 계속되기를 기다렸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증기기관은 항상 증기를 만드는 큰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부피가 큽니다. 증기기관의 이러한 단점들을 빠른 시일 안에 반드시 개량하기 위해서는 바로 여러분의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린데 교수의 열의에 찬 강의가 끝나자 학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한마디씩 중얼거렸다.
"이제 증기기관은 쓸모가 없어." "그래, 이젠 새로운 엔진이 있어야 해."
소란스럽게 떠드는 학생들 사이에서 혼자 생각에 잠긴 듯 조용히 서 있는 학생이 있었다.
그는 루돌프 디젤이라는 학생으로 린데 교수의 강의에 커다란 감명을 받고 강한 호기심을 느끼고 있었다. '새로운 엔진! 증기기관보다 더 좋은 엔진이란 어떤 것일까?'
디젤은 그날 이후 가슴속에 새로운 엔진에 대한 꿈을 키워갔다. 이러한 꿈을 간직한 채 뮌헨공과대학을 졸업하게 된 디젤은 세계최초의 제빙공장을 만든 린데 교수의 제의로 파리에 있는 제빙공장으로 떠나게 되었다. 그는 제도실에서 여러 가지 기계의 설계도하고 증기기관의 수리도 하면서 매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제빙공장의 바쁜 생활에도 불구하고 디젤은 대학생시절부터 키워온 새로운 엔진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디젤이 일하는 제빙공장에서는 암모니아를 기계로 압축하여 액체로 만드는 과정에서 암모니아가 기화할 때 열을 빼앗기는 현상을 이용하여 물을 얼게 하는 아주 새로운 방법으로 얼음을 만들었다. 디젤은 바로 이 새로운 방법에 착안하여 수증기 대신 암모니아를 사용하는 엔진을 만들어보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 방법은 뜻대로 잘 되지 않았다. 게다가 디젤은 공장 일과 새로운 엔진 발명에 대한 연구를 동시에 해나가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그만큼 디젤의 새 엔진에 대한 꿈이 더욱 커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디젤은 곰곰이 생각한 끝에 공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했다. 그는 가열된 수증기 대신 공기를 가열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증기를 만들 때처럼 큰솥이 필요했기 때문에 디젤은 고민에 빠졌다.
'커다란 솥을 이용하지 않고 공기를 가열할 수는 없을까?'
이렇게 시작된 디젤의 고민은 며칠이나 계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솥에서 데운 공기 대신에 실린더 속에 공기를 밀어 넣어 압축시킨 후 그 속에서 연료를 태우면 어떨까?'
디젤의 이러한 착상은 아주 훌륭한 것이었다.
'그래, 맞아. 그렇게 하면 증기기관처럼 큰솥이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고, 연료가 타면서 생기는 열 또한 그렇게 많이 빼앗기지는 않을 거야…….'
디젤은 자신이 생겼다. 그는 곧 자신의 새로운 실험을 후원해 줄 독지가를 찾았다.
의외로 많은 곳에서 디젤을 후원하겠다고 나섰다.
1892년 2월에 디젤은 마침내 새로운 엔진을 이용하였는데, 실린더 속에서 압축된 공기가 온도가 높아지면 저절로 석유를 안개처럼 뿜어 넣는 것이었다. 그러면 석유는 맹렬하게 연소하면서 피스톤을 움직였다. 이러한 작용이 반복되면서 엔진은 힘차게 움직이는 것이었다. 디젤은 매우 기뻤다. 오랜 세월을 머릿속에서나 그려보던 꿈이 이제 눈앞의 현실로 다가섰던 것이다.
"석유를 더 넣으시오."
디젤의 독촉소리가 크게 울리자마자 실험중인 엔진은 그만 굉장한 폭발음을 내며 터져 버렸다.
그러나 디젤은 실망하지 않았다. "공기를 넣어 압축하면 석유가 타는 것을 알았으니 이것만으로도 큰 성과입니다. 지금의 폭발은 공기를 너무 압축했기 때문입니다."
디젤은 다시 엔진을 만들어 실험에 착수했다. 디젤이 말한 대로 사고 없는 안전한 엔진을 만들게 된 것은 1897년의 일이었다. 이 엔진은 18마력을 냈으며, 압축공기는 34기압으로 대기압의 34배나 되었다. 그리고 증기기관의 경우보다 열효율이 훨씬 높은 것은 말할 나위도 없었다. 디젤의 새로운 엔진은 그를 기념하기 위해 디젤엔진이라 하며, 오늘날까지도 이 디젤엔진은 여러 곳(버스엔진, 트럭엔진, 이제는 승용차까지)에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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