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6년 벨이 처음으로 전화를 발명한 이후, 뉴욕의 많은 언론인들은 '유선 라디오' 를 꿈꾸었다. 전화기에서 송신기 부분은 빼고 수신기 부분만 소리가 증폭 돼서 들리도록 개량하면 많은 이들에게 소식과 음악을 동시에 순식간에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신문이 매스컴의 전부였던 당시 상황에서, 아무리 먼 곳이라도 즉각 목소리가 전달되는 전화는 인쇄에서 배달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 이 소요되는 신문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미디어'로서의 소질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적으로는 이처럼 간단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전기의 보급은 물론 전화의 보급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라디오를 위한 별도의 전선을 깐다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그럼에도 많은 언론인들과 과학자들은 20세기 초반이 되면 전기의 전선과 전화의 전선 등 두 가지의 전선이 연결된 유선 라디오의 등장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말 그대로 시간 문제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전선이 없어도 전파에 의해 소리를 전달하는 방법이 시도된 것이다. 전화처럼 전류가 소리로 변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갖던 당시 상황에서. 이는 그야말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전파는 19세기 후반 많은 과학자들이 전기실험을 하던 도중 "전류와 비슷한 형태의 힘이 전선이 없어도 공중으로 이동한다."
는 사실을 잇달아 발견하면서 그 윤곽이 어느 정도 잡혔던 분야이다.
에디슨 또한 1875년 이 사실을 발견했으나 다른 발명들이 워낙 시급해 지속된 연구를 하지 못했는데, 에디슨은 훗날 마르코니에 의해 무선통신이 발명되었을 때 매우 통탄한 사람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파 발견의 영예는 1888년 전파 송신기와 수신기를 최초로 발명함과 동시에 이것이 빛과 비슷한 파장으로 이루어진다 는 사실을 알아낸 독일의 젊은 과학자 하인리히헤르츠의 몫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헤르츠를 포함한 많은 이들은 이를 단지 과학적 분야로만 취급했고, 메시지 전달 등 통신에 응용할 수 있다는 데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심지어 런던의 (포나이틀리 리뷰)라는 신문에서 칼럼 기사를 통해 "전파를 보냈을 때 수신기 부분에서 스파크를 내며 반응했으니. 모스가 했던 것처럼 전파를 보냈다가 안 보냈다가 하는 방법으로 신호를 보내면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지 않느냐."고 제안까지 했으나, 헤르츠는 "과학을 모르는 소리"라며 일축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출신의 젊은 과학자 마르코니는 달랐다. (그가 이 신문의 기사를 읽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그는 이러한 방식을 이용하면 모스의 유선 전신기처럼 무선 전신기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고. 실제로 1895년 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애써 만든 이 기계를 영국에 소개하기 위해 들여오다가 세관 검사에서 폭탄으로 오인 받아 모두 파괴당하는 사태를 겪기도 했지만. 그는 또다시 이 기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단점을 보완. 더 확실한 무선 전신기를 만드는 저력을 보여 줬다. 전파를 전류신호로 바꾸는 문제가 해결되자. 그 이후의 과정은 일사천리였다. 전파를 이용해 소리로 내게 하는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던 끝에 1907년. 미국의 드포리스트가 신호를 증폭하고 전송하는 오디언 튜브(진공 검파기)를 발명해 내면서 라디오 방송이 드디어 가능해졌다. 1920년 1월 미국 워싱턴의 해군비행장으로부터 군악대 연주 방송이 워싱턴 지역에 성공적으로 전달되었고. 이어 같은 해 11월 미국 피츠버그에 있던 웨스팅하우스사가 라디오 방송국을 개국, 29 대 하딩 대통령의 당선을 알리는 방송을 하면서 라디오 방송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당시 웨스팅하우스사는 시내 한 높은 건물 옥상에 천막을 치고 스튜디오로 사용해 100W의 출력으로 역사적인 전파를 띄웠다. 같은 해 영국에서도 마르코니 무선회사에 의해 실험방송이 이루어지면서 프랑스는 1921년. 영국은 1922년. 독일 1923년의 순으로 라디오 방송이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세계 최초의 라디오 방송이 시작된 지 불과 7년만에, 그리고 세계에서 여섯째 번으로 1927년 2월 16일 경성방송국 개국과 함께 라디오 방송이 시작되었다. 비록 일제 치하에서 일본 기술로 첫 전파를 내보낸 것이기는 했지만. 지난 50년대 금성사 (현 LG전자)를 필두로 국내 기업들이 라디오 등 각종 전자산업에 '겁없이'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오랜 라디오 역사로 인해 라디오에 친숙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국산 1호 라디오는 59년 11월 15일 금성사가 생산한 A-101라디오로서, 진공관을 사용하다 보니 오늘날의 미니컴포넌트보다 크기가 더 컸다. 당시 라디오 한 대 값은 2만여 환. 쌀 한가마에 4백여 환이었던 시대이니 고가품이 아닐 수 없었고, 더구나 밀수품들이 많아 금성사는 초기에 부진을 면치 못했다.
다행히 밀수품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시작된 5,16혁명으로 인해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이후 전송기술의 발달로 66년 FM겸용 라디오가, 70년에는 FM 스테레오 라디오가 차례로 선보이면서 우리나라 전자산업은 눈부신 발전을 맞게 되었다. 현재 세계의 라디오 보유수는 미국이 1천 명당 2천1백여 대로 가장 많고, 우리나라는 1천6대로 세계 6위의 수준에 있다,
전파는 '전등' 편에서도 언급했듯이 빛보다 파장이 조금 더 클 뿐, 똑같은 전자기파의 일종이며, 자석에서 나오는 자력 또한 이와 마찬가지다. 전파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우선 전자석을 살펴 보자.
전선을 감은 코일 주변에서 자석을 움직이면 코일에 전류가 생긴다. 거꾸로 말해서 이는 코일에 전류를 흘려보내면 코일 주변에 자력이 생긴다는 말이 된다. 이를 통해서 볼 때 우리는 전류의 움직임 주변에는 항상 자력의 움직임이 생기게 되고. 또 이 자력의 움직임은 주변에 또다시 전류의 움직임을 불러일으키고. 따라서 전류와 움직임과 자력의 움직임이 무한 반복될 수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파는 사실 이렇게 전계와 자계가 무한 반복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전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교류전압의 전류가 필요하다, 전류가 흐르는 전선은 일정 거리를 떼어놓아도 전극과 전극사이에는 공중을 통해 고주파 전류가 흐르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이때 공간 속을 흐르는 고주파 전류의 주변에는 직각 방향으로 자력이 형성되는데. 이때 전극과 전극이 마주보게 해 놓으면 전계 와 자계가 전극 사이에서만 맴돌지만, 전극의 방향을 바꿔 놓으면 전계와 자계는 바깥으로 튀어나가면서 무한 반복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파는 수평선에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물결과 같은 움직임을 갖게 되는데. 수평선에서 가장 높이 올라간 지 점까지의 거리를 진폭. 높이 올라간 곳과 다음번에 높이 올라간 곳까지의 거리를 파장이라 부른다.
우리가 말하는 주파수는 바로 1초 안에 몇 번의 물결이 있었는가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파는 고주파 전류 가운데에서도 어떠한 고주파 전류를 흘려보내서 전파를 만들어 내는가에 따라 진폭과 파장의 모양이 각각 달라지는데, 전파에 음성신호를 실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점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전화' 편에서 보듯이 전류가 흐르는 탄소 가루에 공기의 진동을 가하면 전류에는 이상이 생겨 음성신호를 나타낼 수 있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이렇게 만들어진 음성신호 전류를, 전파를 만들어 내는 고주파 전류에 함께 결합시키면 그 고주파 전류는 평상시와는 다른 모양, 즉 음성신호가 담겨진 채 공중으로 날아가게 된다. 그러면 이렇게 만들어진 전파를 잡아서 소리로 만들어 내는 수신기에 대해 살펴보자. '전화' 편에서 설명했듯이 수신기는 코일에 전류를 흐르게 하고 코일 속에 진동판이 붙어 있는 자석막대를 움직여서 소리를 내게 한다, 만약 전류가 '강약 중강약' 의 순서대로 흐르게 된다면 자석 막대 역시 '강약 중강약' 의 순서대로 움직이게 된다. 이때 수신기의 전류가 흐르는 전선에 또 다른 코일(동조 코일)을 설치하고 이 코일에 안테나에서 연결되어 나온 전선을 붙였다고 생각해 보자. 그리고 라디오에 전달된 전파는 앞서 말한 대로 고주파 전류가 만들어 내는 일반적인 전파의 모양이 음성신호에 의해 다소 변형된 모습을 띠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때 이러한 전파는 안테나에 잡혀서 앞서 말한 동조 코일에 영 향을 미치게 되는데. 가만히 두면 전파의 엄청난 진동수에 의해 스피커에서는 '치지직' 하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그러나 안테나에 잡힌 전파 가운데에서 고주파 전류가 만들어 내는 미세한 진동들을 모두 제거해 버리게 되면 음성신호에 의해 만들어졌던 커다란 진동들만 남게 되는데. 이때서야 비로소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리게 되는 것이다. 전파가 빛과 마찬가지로 직선으로 나아가는 성질 때문께 한때 미국과 대서양 사이의 무선통신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되기도 했다.
지구가 둥글기 때문이다. 하지만 1915년 마르코니는 미국과 프랑스 사이의 무선교신에 성공했는데. 훗날 밝혀진 일이지만 이는 지구 상층의 전리층이 전파를 반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또 반사되어 오는 전파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커다란 산이나 건물 뒤에서도 라디오 소리가 들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라디오나 무선통신에 사용되는 전파들은 진폭과 파장만 해도 수백 미터에 달하는 장파이기 때문이다. 즉. 엄청난 굴곡을 그리면서 퍼지기 때문에, 전파는 커다란 물체가 있어도 마치 곡사포를 쏘듯 이를 피해 위쪽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밑으로 내려오면서 전파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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